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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묘인들은 흔히 "우리 고양이 묶었어!"라는 말을 하는데, 사실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은 자궁과 난소, 고환을 적출하는 것으로 사람처럼 단순히 묶어주는 방식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묶었다는 그릇된 표현보다는 중성화 수술이란 적절한 용어를 알고 써야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왜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나?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것은 매우 불쌍하고 비인도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집에서만 키울 예정인데 굳이 중성화를 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매우 비인도적인 일이다.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는 것이 인도적인가? 고양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 친구를 만나게 해주지 않는 것이 인도적인가? 고양이에게 자유를 주지 않는 것이 인도적인가? 억지로 고양이를 목욕시키는 것이 인도적인가? 중성화 수술은 인도적 차원에서 다룰 수 없는 문제이다. 다만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면 정기적인 예방접종이나 적당한 보살핌 외에도 중성화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 수술이야말로 생명을 연장하고 병에 잘 걸리지 않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보고에 따르면 중성화 수술을 한 고양이가 그렇지 않은 고양이보다 오래 산다는 것이 이미 사실로 증명됐다. 동물에게 생식계통은 후대를 번식하는 기능 외에도 신체의 기능 유지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식계통이 후대를 잇는 기능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암컷 고양이가 발정했을 때는 살이 찌지 않다가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나면 살이 찌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기관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은 위험 요소가 하나 더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생식계통을 제거하면 질병에 걸릴 위험도 그만큼 낮아진다.

또한 중성화 수술을 할 경우 암컷 고양이는 자궁 축농증과 자궁내 막염, 난소 낭종, 난소 종양 등의 질병을 피할 수 있으며 유방 낭종에 걸릴 위험도 낮아진다. 수컷 고양이는 전립선과 관련된 질병을 피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성 충동의 자극이 줄어들어 다른 고양이와 덜 싸우게 되며 면역부전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도 줄어든다. 고양이에게 성 충동은 맹목적인 욕구로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고양이는 길을 잃을 확률이 높다. 발정했을 때 교배의 대상을 찾아다니다 길을 잃는 것이다. 또한 발정기에 끊임없이 내는 울음소리도 이웃에게는 민폐가 될 수 있는데, 중성화 수술을 해주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나도 중성화를 결심하게 된 건 무엇보다도 고양이의 건강 때문이었다. 임신을 하고 새끼 고양이를 가지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중성화를 하는 것은 이제 필수적이다.

 

중성화 수술의 위험성과 부작용

중성화 수술은 이미 보편화된 수술로 숙련된 수의사가 진행할 경우 상당히 안전한 편이다. 다만 고양이에게 이미 잠복하고 있는 질병이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마취의 위험성 역시 고양이 주인이면 누구나 걱정할 만한 문제이겠으나, 수술전에 완벽하게 건강검진을 하고 신중하게 수의사를 선택한다면 이런 위험은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 중성화 수술 이후 살이 찌는 것 외에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 그렇다고 살이 많이 찌는 것은 아니므로 식이 조절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수술 전의 준비

마취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고양이가 토를 하는 것이다. 토사물이 기관지를 막아 흡인성 폐렴이나 질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 8시간 전부터는 반드시 음식과 물을 먹이지 말고 위를 비워야 한다 마취 수술의 경우 만약 고양이에게 이상 증상이 있거나 예전에 병을 앓은 적이 있다면 수술 전에 수의사에게 이런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한다. 또한 마취 수술 이후 회복하는 동안에도 고양이가 흥분할 수 있으니 직접 안고 이동하기보다 조금 큰 이동장을 준비해 넣어 오는 것이 좋다.

 

수컷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

수컷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은 거세 수술이라고도 하는데, 사람이 수정관을 묶는 것과 달리 양쪽 고환을 모두 적출해내는 수술이다. 수술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자기의 혈관과 정관으로 매듭을 만드는 자가결찰법을 선택하면 고환의 절개 부위를 봉합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 뒤에 고양이가 상처 부위를 핥아도 크게 상관이 없으므로 따로 원통보호대(넥카라)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상처가 회복되는 데 14일 정도 걸리므로 그동안은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처에 따로 약을 발라줄 필요가 없으며 항생제만 일주일 정도 먹으면 된다.

또한 수술을 위해 마취하기 전에 고양이의 양쪽 고환이 모두 음낭안에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잠복고환 수술은 비용이 더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렇게 확인해 둬야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다. 잠복고환 수술은 수의사가 수술 전에 잠복고환이 피하 안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잠복고환이 피하 안에 없다면 절개 수술을 해서 찾아야 하는데 이런 일이 번거롭다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다. 대부분 잠복고환은 노년에 악성 종양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암컷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

암컷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은 난소 자궁 적출술이라고도 하며, 사람처럼 나팔관을 묶는 대신에 자궁각과 자궁체 및 양쪽 난소를 모두 적출한다. 특히 양쪽 난소가 확실히 다 적축됐는지 확인이 돼야 수술 후 발정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간혹 아직 기술이 숙련되지 않은 수의사가 자궁각과 자궁체를 직접 묶는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암컷 고양이가 예전과 같이 발정할 수 있다. 또는 심각한 자궁축농증에 걸릴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난소 한쪽을 남겨 놓아야 신체의 정상적인 발육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도 하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이럴 경우 암컷 고양이는 임신만 못할 뿐 발정은 계속돼 중성화 수술의 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다.

암컷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은 15~20분 정도 걸리는데, 기술이 숙련된 의사는 2~3cm정도의 작은 상처만 남기고 난소와 자궁을 깨끗이 적축할 수 있다. 이런 작은 상처는 복강 상처를 파열시킬 위험성이 없으므로 녹는 실로 표피 봉합술을 시행하면 수술의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수술 후 실밥을 제거하는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어 암컷 고양이가 원통형 보호대를 하지 않아도 되며, 입원하지 않고 당일에 귀가해 더 편안한 회복기를 보낼 수 있다. 수술 후 상처에 약을 바르지 않아도 되며 항생제만 일주일 정도 먹이면 된다. 다만 약을 먹는 처음 2~3일 동안은 식욕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유동식의 영양액이나 영양 연고를 먹이도록 한다. 또한 수술한 뒤 14일 동안은 목욕을 시키지 않는다.

 

*모든 수의사가 같은 방법으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어떤 수술방법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므로 우리가 선택한 수의사를 신뢰하면 된다. 수술 전 의사와 상담 시 수술에 대해서 묻고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중성화 수술시기

미국에서는 보통 생후 2개월이면 중성화 수술을 하도록 권한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이 시기에 상부 호흡기 감염이나 곰팡이성 피부 질환, 진드기 등의 질병에 걸리거나 예방접종을 해야 하므로 보통 5~6개월이 됐을 때 수술하면 좋다. 이 무렵 고양이는 건강 상태가 안정돼 수술이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발정 전에 수술을 해야 성 충동을 막을 수 있다.

 몇몇 자료에 따르면, 수컷 고양이를 10개월 전에 거세하면 요결석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지나치게 일찍 거세하면 음경이 제대로 자리지 않아 요도가 좁아지고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결석의 원인은 결정뇨와 점액의 색전 때문으로 요도의 굵기와 질병의 발생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많은 고양이 주인이 중성화 수술을 두고 고민하는데, 그렇게 몇 년 동안 시간을 끌다 고양이에게 자궁축농증이나 유방 종양이 생기고 나서야 겨우 수술을 시킨다. 그러나 이런 수술은 이미 때를 놓쳐 위험성이 그만큼 커진다. 고양이 몸에 이미 방이 있는 데다 뒤늦게 수술을 하려고 하면 때는 늦고 만다. 나이가 많은 고양이일수록 수술의 위험성도 크고 회복하는 데도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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