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고양이를 잘 키운 애묘인들은 종종 충동적으로 한 마리를 더 입양하거나 길에서 만난 불쌍한 유기묘를 무작정으로 집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그전에 집에 있는 첫 번째 고양이의 건강과 안전을 먼저 고려해 봐야 한다. 새로 온 고양이에게 전염병이 있을 경우 원래의 고양이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는데 괜찮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혹시라도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지 새로운 고양이 키우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
첫 번째 고양이를 지켜라
이는 당연한 불변의 진리다. 전염병이 있는 고양이를 데려와 원래 고양이를 위협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저지르며 자기 눈앞에 있는 고양이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착각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전문적인 수의사라 해도 육안으로는 고양이에게 전염병이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테스트 시약으로 검사해봐야 하는데, 고양이 전염병, 고양이 백혈병, 고양이 면역부전 바이러스, 원충성 파이로플라스마, 심장사상충, 코로나바이러스 등은 오랜 시간을 두고 격리하면서 관찰해야 한다.
새로운 고양이는 집에 데려가기 전에 우선 동물병원에서 상세한 검진을 받고, 데려온 후에도 원래 키우던 고양이와 충분한 공간을 두고 격리해야 한다. 일단 새로운 고양이에게 피부 진균증, 귀진드기, 옴, 벼룩, 언충성 파이로플라스마, 콕시듐, 선충, 고양이 상부 호흡기 감염 같은 매우 심각한 전염병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바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키우던 고양이와 적어도 1개월 이상 완벽하게 격리하고, 키우던 고양이에게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만약 안타깝게도 새로운 고양이가 고양이 백혈병이나 고양이 면역부전 바이러스 같은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에 걸린 사실이 밝혀졌다면 입양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미 집에 데려왔다면 키우던 고양이와 죽을 때까지 완전히 격리해야 한다. 키우던 고양이가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예방접종의 효과는 100%가 아니어서 오랫동안 다량의 병원체를 접촉하면 아무리 건강한 고양이라고 해도 감염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가 모두 양호하다고 해도 새로 온 고양이를 원래 고양이와 함께 두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질병에는 잠복기가 있어서 검사로는 당장 알 수 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전염성 복막염은 발병하기 전에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그러므로 새로 온 고양이를 원래 고양이와 함께 두기 전에 반드시 1개월 이상 격리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철저하게 조치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 대다수는 순간적인 충동으로 고양이를 집에 데려와 고양이가 격리되는 것으 싫어하는 것 같다든지, 고양이가 자꾸 운다는 이유를 결국 원래 키우던 고양이와 함께 놔두고 만다. 그러나 잠깐을 참지 못한 대가는 엄청날 수 있다. 그럴 경우 고양이도 힘들고 사람도 마음이 아프게 된다. 이야말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지 않은가.
격리
의학적 전문 용어로서의 정확한 '격리'의 개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흔히 말하는 격리는 직접 격리와 간접 격리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직접 격리는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으로, 새로 온 고양이가 원래 키우던 고양이와 직접적으로 어떤 접촉도 못 하게 하면 된다. 문틈이나 케이지를 사이에 두어도 안 되며 반드시 독립된 공간에 있어야 하고 격리된 공간도 가깝지 않아야 한다.
간접 격리는 새로 온 고양이와 접촉할 수 있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차단하는 것으로, 고양이 화장실, 물그릇, 밥그릇, 수건, 이동 가방, 빗 등도 함께 쓰면 안 된다. 또한 새로 온 고양이를 안은 뒤에는 바로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 등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격리의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온 고양이가 옮길 수 있는 전염병
상부 호흡기 감염
고양이가 상부 호흡기 감염은 입양한 유기묘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병으로 칼리시바이러스와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이 원인균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클라미디아 또한 어린 고양이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상부 호흡기 감염 원인균이다. 원래 키우던 고양이에게 5종 백신을 모두 접종했다고 해도 짧은 시간에 다량의 독성 바이러스와 접촉하면 심각한 전염병에 감염될 수 있다. 그럴 경우 고양이는 재채기와 눈물, 가벼운 발열과 식욕부진 등의 증세를 겪게 된다.
병에 걸린 어린 고양이의 침과 눈 분비물에는 다량의 바이러스가 있어 직접적인 접촉이나 재채기, 사람과의 간접적인 접촉만으로도 원래 집에 있던 고양이들에게 감염될 수 있다. 이 질병은 전체 치료 과정과 2-3주 걸린다.
고양이 면역부진 바이러스
고양이 면역부전 바이러스는 고양이가 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후 신체의 면역 기능이 점차 저하되면서 후천성 면역부전증후군에 걸리는 것이다. 현재는 혈액 검사를 통해 결과를 알 수 있다. 이는 입양한 고양이에게서 흔히 나타나지만 가장 두려운 질병이다.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 면역부전 바이러스가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고 생각해 고양이들끼리 싸우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방역 개념이다. 키우던 고양이를 이런 바이러스의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상 실험에서도 두 고양이가 싸우지 않았음에도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에게 면역부전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사례가 있기도 하다. 면역부전 바이러스는 침으로도 전염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양이의 잇몸에 염증이 있어 피가 날 경우 털을 핥는 동안 감염될 수 있다.
고양이 백혈병
고양이 백혈병은 고양이가 백혈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입으로 코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감염이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고양이들 사이에게 쉽게 감염되며 특히 4개월 이하의 새끼 고양이들은 감염의 위험성이 크다.
현재는 혈액 검사를 통해 결과를 알 수 있으며 감염된 고양이는 림프종, 백혈구, 골수와 면역 억제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다행히 이런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접종이 보편화되었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고양이들 역시 음성 판정을 받고 들여오기 때문에 실제로 고양이 백혈병에 걸리는 사례는 많지 않다.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이란 흔히 고양이 전염성 장염을 말하는데, 구토와 설사 증상이 빈번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혈변, 탈수가 발생하고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고양이 전염성 장염은 보통 새끼를 낳는 계절에 많이 걸리고, 1세 이하 혹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어린 고양이들이 위험한 편이다. 어른 고양이도 감염될 수는 있는데,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 어린 고양이보다 위장 증세가 가볍고 아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른 고양이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이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으니 어른 고양이라고 해서 전염병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전염성 복막염
이 질병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전염병인데, 주로 체내에 존재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병하며 드물게는 전염을 통해 나타난다. 초기에는 어떤 검사 방식으로도 확인할 수 없으며 고양이에게서 발작성 발열 증상이 나타난 뒤 점차 몸이 마르고 복부가 팽창되거나 복부에서 이상한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다. 확인이 쉽지 않은 까닭에 전염성 복막염의 사망률은 100%에 가깝다. 초기 검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격리만이 원래 키우던 고양이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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