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에서 3일을 보내고 우리는 이제 트리니다드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기다립니다. 택시는 미리 예약해 두어서 숙소로 온다고 되어 있어서 집 앞에서 1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혹시나 못 찾을까 하여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도착했습니다. 택시에는 이미 다른 외국인 여행객 2명이 타고 있었어요.
쿠바는 도시 간 이동을 비아술이라는 국영버스가 있긴 한데 운행 횟수도 부족하고 그렇게 싼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택시를 구해서 4명이 맞춰서 이동을 하곤 합니다. 가격은 택시기사나 알아봐 주는 이와 협상을 해야 하는 부분인데 미리 쿠바카페에서 가격정도는 미리 파악해 두시는 게 협상하는데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1인당 30달러 정도였습니다.
긴 여정의 시작
트리니다드까지는 약 4시간이 소요됩니다. 작은 택시로 장시간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중간에 이렇게 휴게소 같은 곳에 멈춥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커피나 간단한 식사도 하기도 합니다. 근데 괜히 먹었다가 또 화장실 가고 싶을까봐 아무것도 먹지 않고 화장실만 다녀왔어요. 화장실은 옛날 우리나라 시장처럼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합니다. 다는 아니지만 여자분들의 경우는 휴지를 쓰고 하기 때문에 돈을 받기도 했어요. 약 10분간 스트레칭도 하고 다시 택시 탑승.
뒷좌석은 세 명이서 타는데 와이프가 다른 커플과 엉덩이로 자리싸움이 치열했다고 합니다. 쿠바는 4명이서 여행 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이동 간에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떠들고 자리도 바꿔가면서 재미나게 시간 보낼 것 같아요. 커플여행이나 신혼여행이 아니라면 4명으로 맞추어 가는 것 추천드립니다.
우리의 첫 트리니다드 숙소
조경도 이쁘고 내부 인테리어도 감각적이라 숙소를 정했어요. 다만 트리니다드는 하바나와 다르게 4시간마다 정전이 되었다가 다시 전기가 들어왔다가 합니다. 물론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24시간 제공하는 숙소도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에도 에어컨이 없어서 리뷰를 안 좋게 단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 숙소에서 자서 힘들었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트리니다드는 하바나보다 아래쪽에 있어서 더 후덥지근합니다. 저희도 더위 때문에 애 먹었고 에어컨이 없어서 밤에도 힘들었어요. 웬만하면 발전기가 있는 곳으로 가세요!
암튼 도시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분위기 자체도 하바나랑은 다릅니다. 새로운 도시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점심식사
마을 중앙에 있는 광장을 지나 예쁜 꽃이 피어있는 식당으로 가봅니다. 여행책에서나 유튜브에서 많이 본 곳이라 저희도 일단 한번 들어가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집은 꽃이 이뻐서 트리니다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식당이자 랜드마크가 되는 곳인 것 같습니다. 햇볕이 굉장히 따갑기 때문에 그늘로만 다니고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바로 이집이고, 큰 계단 옆에 자리하고 있어요. 밤에도 이 계단 쪽에는 살사공연이 있기도 하고 축제처럼 시끌벅적해서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1층이 더워 보여서 2층으로 갔는데 2층도 엄청 덥고 1층이 나았을 것 같네요. 대신 2층은 뷰가 좋으니까 ㅎ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맥주를 시키고 메뉴도 주문했어요. 여기도 관광지라 가격은 싸지 않습니다. 한국 가격이랑 비슷했던 같아요. 참고해 주세요.
낮에도 경치가 좋습니다. 저 멀리 바다도 보이고 해가 쨍쨍하고 전형적인 여름 날씨 같아요. 점심을 먹으면서 1층에서 밴드의 음악을 듣습니다. 쿠바음악을 연주하고 불러주십니다. 우리가 위에서 듣고 있으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주시고 엄청 환영해 주셨습니다. 저는 기분이 좋아서 음반을 반값에 네고해서 샀습니다. 쿠바가 그리울 때 CD를 들어보려고요. 근데 집에 CD를 넣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비가 없다는 게 함정......
그렇게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조금 지쳐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긴 이동시간과 더위로 고생해서 들어가서 씻고 쉬기로 했습니다. 정말 너무 더워요 32-33도 육박합니다.
승마예약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마차를 타고 가는 아저씨를 말을 걸었습니다. 승마나 마차 할 생각없냐고. 가격이나 물어보자 해서 물어보니 숙소에서 제시했던 가격보다 저렴합니다. 숙소에서 제공한 가격은 택시나 투어나 승마나 모든 게 조금 더 비쌌습니다. 그래서 숙소에서 예약하지 마시고 직접 알아보고 네고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내일 승마체험을 예약하고 택시정거장에 들러서 바라데로로 가는 택시도 미리 예약했습니다. 돌아다니는 틈틈이 직접 가격 물어보고 네고해보시고 비교하는 게 좋아요.
바라데로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랑 투어가 몇 가지 있는데 기차타고기차 타고 가는 사탕수수 농장 체험도 있긴 한데 또 기차 타고 몇 시간을 가고 하는 거라 시간을 너무 뺏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비교적 시간도 적게 걸리고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는 승마를 선택했습니다. 만약 트리니다드에 길게 머무신다면 다른 투어도 해보시길 바랍니다. 트리니다드에는 특별히 할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무슨 아저씨네 많이 간다고 들었어요. (이름이 지금 기억이 안 납니다) 저희는 신혼여행이었고 한국 사람들도 또 엮이고 싶지 않아서 가지 않았습니다.
숙소로 복귀(휴식)
아무래도 숙소가 좋다보니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됩니다. 조용한 시골동네이기 때문에 소음도 없고 새소리만 들립니다. 그렇게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낮잠을 자면서 체력을 회복했습니다. 트리니다드는 조용하게 힐링하고 여유 있는 여행을 즐기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정전도 되다 보니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편히 가지고 즐기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3시간 정도를 쉬고 슬슬 일어나서 산책할 겸 저녁 먹을 겸 나가봅니다.
저녁 산책 & 칸찬차라
트리니다드의 저녁은 또 하바나와는 다름 장면입니다. 노을과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어놀고 조용한 시골풍경입니다. 저희는 산책하면서 일몰을 감상하고 쿠바 전통 칵테일 칸찬차라(Canchanchara)를 마시러 가봤습니다. 트리니다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칵테일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저녁에 앞서 한 잔 마시기로 했어요.
트리니다드는 옛날 모습 그대로 바닥도 완전 돌바닥이에요. 그래서 캐리어를 끌거나 차를 타면 엄청 흔들립니다. 캐리어를 가져가도 숙소 앞에 내려서 최대한 끌지 않도록 해주세요. 내 어깨를 위해서. 우리는 백팩을 메고 다녀서 그럴 걱정은 없었지만 캐리어는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타베르나 라 칸찬차라
칸찬차라는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던 사탕수수 노동자들이 뜨거운 태양과 배고픔을 잊고자 독한 럼에 꿀을 타서 마셨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트리니다드의 전통 칵테일이 되어 관광객들이 마시고 있습니다. 붉은 테라코타 잔에 얼음과 칸찬차라를 주는데 맛이 달달하니 괜찮습니다. 저녁이 아니고 한 낮 더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칸찬차라를 마시면 좋을 것 같네요. 우리가 간 시간이 마침 정전된 시간이고 비도 내리기 시작해서 음침했어요. 비가 쏟아지고 주춤해져서 저녁을 먹으러 빨리 이동했습니다.
저녁식사 그리고 정전
온 마을이 다 정전이라 식당에도 저렇게 테이블에 핸드폰으로 불 켜놓고 밥 먹고 있어요. 우리도 저렇게 먹어야하나 하면서 식당을 찾아다니다가 밝은 곳으로 갔습니다. 마치 불나방처럼ㅋㅋㅋ
사람들이 막 들어가길래 우리도 La Botija 라는 식당으로 들어갔어요. 여기는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색다르다고 생각하며 들어갔어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10-15명 정도 들어가더라고요. 쿠바여행할 때 대학생으로 보이는 유럽사람들이 살사를 배우고 하는 것 같았어요. 신기했습니다. 대학생 수학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암튼 식당 입장!
식당에 들어가니 할로윈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그런 콘셉트의 식당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정말 오늘이 핼러윈데이였던 거예요. ㅋㅋ우리는 여행한다고 핼러윈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이 핼러윈이라 코스튬한 사람들도 있고 직원들도 핼러윈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 같은 식사였어요.
무엇보다 보기 좋았던 것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다같이 와서 식사를 즐기고 아이들도 하나같이 유령신부 복장을 하고 화장을 한 것이었어요. 중남미라 그런지 유령신부 콘셉트가 인기가 많더라고요. 저렇게 아이의 동심과 즐거움을 주려고 어른들이 노력하고 같이 즐겨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직원들도 선물도 주고 이벤트도 하고 공연도 따로 있었습니다.
중간에 종을 치고 해골분장을 한 마이클 잭슨이 나와서 공연을 하고 그랬어요. 식사도 식사지만 공연을 보고 즐기느라 안주를 제대로 못 먹었어요. ㅋㅋㅋ술만 많이 마시고 식사를 많이 남겼네요. 그래도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식사였습니다. 그냥 조용한 동네라 조용히 밥 먹고 들어가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여행다운 식사를 했네요.
신기한 것은 이런 술집(?) 이나 식당에 아이들도 같이 밥을 먹고 또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담배도 피우고 하더라고요. 놀라운 장면이기도 했지만 옛날에 우리 아버지도 우리들 앞에서 담배 피우고 했으니까 ㅎ 딱 80년대다 싶었습니다. 또 담배가 유명한 나라이기도하니까 신기한 모습이었습니다. 공연도 너무 좋아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창밖에서 구경하고 그랬어요.
전 트리니다드 여행중에서 이 식당에서의 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기대치도 못한 재미와 즐거움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새벽까지 놀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꽤 시간이 지나서 자리에 일어났습니다. 근데 핼러윈 분위기는 이 식당에서만 나고 거리를 나서면 다시 조용해집니다. 딴 세상인 것 같아요.
지나가던 아이들도 관광객들도 안이 궁금해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트리니다드에 가면 꼭 한번 가서 식사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때는 평범한 식당일 수도 있지만 서비스나 직원들 마인드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우리는 밤산책을 즐기다가 동굴클럽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밤 11시에 오픈한다고 해서 시간 맞춰서 가기로 했죠. 근데 가는 길이 엄청 어둡고, 길도 제대로 없습니다.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혼자 가시지 마시고 꼭 여럿이서 가시길 바랍니다. 근데 정말 치안이 좋아서 별 일은 없긴 했는데, 무섭긴 무섭습니다. 누가 다치거나 사고가 나도 모를 곳이라 더 불안했어요. 그래도 가보겠다는 마음으로 서로 손 꼭 잡고 올라갔습니다.
동굴클럽 Disco Ayala
드디어 도착, 근데 너무 사람이 없었어요. 클럽이라며?? 동굴클럽 얼마나 핫할까 기대를 하고 왔는데 정말 사람이 1도 없었습니다. 기다리면 사람들 오겠지 ㅎ 재밌겠지 하면서 술 마시면서 구경하면서 놀았습니다. 단둘이 ㅋㅋㅋㅋ
동굴클럽이라 음악이 아주 빵빵하고 자연에코가 생겨서 너무 좋더라고요. 게다가 시원해
야~~ 여기 너무 좋다. 음료마시면서 둘이 춤추고 놀았는데 5분 재밌고 흥이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30분 동안 있었는데 다른 1팀만 들어오고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대체 얼마나 지나야 사람들이 올까 했는데 전혀 올 기미가 안 보였어요. 1시에 와야 피크였을까, 근데 저희는 1시까지 버틸 힘이 없어서 다시 집으로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혹시나 동굴클럽에 간다면 1시에 가세요. 저희처럼 11시에 가면 사람 없는 것 같아요. 1시 돼도 사람 없을 수도 있지만 ㅎ
장소는 정말 너무 좋은 곳인데 사람들이 없어서 즐기지 못한게 너무 한이 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간 곳이었는데. 그 산길을 걸어서 무서움을 견뎌내고 간 곳인데ㅠㅠ 동굴탐험만 하고 집에 가다니 흑흑
사람은 없고 고양이만 있어서 고양이랑만 놀다가 집에 왔습니다. 고양이 너무 귀엽죠?!
클럽음악이 맞지 않게 너무 도도해 ㅋㅋ
그렇게 저희는 또 무서운 길을 손을 꼭잡고 우다다다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트리니다드의 첫날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새벽에는 비가 엄청 쏟아지더라고요. 쿠바는 꼭 밤에 비가 내리더라고요. 아쉬움을 달래고 잠을 청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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